[][주간경향] [김경미의 바이든 시대 한국의 전략] (3)‘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 그룹을 주목하라




                                                               출처: https://www.instagram.com/aoc/ 📸 Photos by: @gigilaub

1월 20일이면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 대선과 함께 선거를 치렀던 상·하원도 1월 3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바이든은 이번에 8100만여표(51.4%)를 얻었다. 트럼프는 7400만여표(46.9%)를 얻었다. 2016년 선거보다 1100만여표를 더 얻고도 진 것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이 여전히 다수의 유권자로 존재하고 있다. 놓쳐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의회 또한 마찬가지다.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222석, 공화당은 211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기존의 232석에 비해 10석을 잃었다. 반트럼프 정서 물결 속에 치러진 선거였음을 돌아볼 때, 형식에서는 이겼지만, 내용에서 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 그는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DSA)’ 그룹이 배출한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민주당 내 주류와 진보 그룹 간 갈등 

현재까지 상원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했다. 1월 5일 조지아주 결선투표 2석 중 공화당이 1석이라도 이기면 51 대 49로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가 넘어간다. 이는 공화당이 입법부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개혁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석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면 양쪽 50석 동석으로, 헌법상 당연직 상원의장 지위를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조지아 선거에 총력을 쏟아붓는 이유다. 

결과가 어떠하든 민주당은 대선과 의회 선거 모두에서 압도적 다수를 얻지 못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공화당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1월 조지아 상원의원 선거로 인해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그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선 당시 내세웠던 진보적인 공약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샌더스와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로 대표되는 민주당 진보 그룹의 반대와 압박이 무척 거셀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 주류와 진보 그룹 간의 갈등은 대선 이후 주류 그룹이 진보 그룹의 급진적인 정책 때문에 하원의석을 이전보다 더 잃었다며, 진보 그룹에 선거결과의 책임을 돌리면서 이미 시작됐다. 바이든은 밖으로는 공화당을 상대해야 하는 과제와 안으로는 민주당의 진보파와 주류 그룹 간에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바이든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는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 민주당 지지자면서 중도성향의 사람, 더욱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 등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바이든은 방향키를 잡고 가야 한다. 바이든이 누구의 손을 잡고 갈 것인지, 그것이 민주당 정부의 성공으로 귀결될 것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더 절박하게 사람들을 조직하고, 표를 모으는 그룹에, 그래서 2022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가져오게 할 그룹에 변화의 축이 기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DSA)’ 그룹을 주목해야 한다. 2015년까지만 해도 5000명 조금 넘는 회원수를 가지고 있던 DSA는 2016년 샌더스 대선 경선을 거치며 3만명, 2018년 AOC 당선 후 5만명, 2020년 12월 현재 8만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DSA 지부가 만들어지고 있고, 15개의 주 정부에 민주당 진보 코커스를 두고 있다. 

그들은 돈을 모금하는 데도 성과를 보인다. DSA가 배출한 대표적인 정치인인 AOC는 116회기 미연방 하원의원 후원금 모금에서 상위 6위를 차지했다. 하원 전체로는 6위, 민주당에서는 3위였다. 민주당 1위가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였으니, 초선 하원의원으로서는 대단한 성과다. 더 주목할 점은 AOC가 모금한 돈이 모두 소액 후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기업의 정치활동위원회(PAC)나 정치 로비 단체의 후원금을 거부하고, 시민에게서만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결과다. 분명한 비전을 가진 정치 그룹과 그들의 도전에 응답한 시민, 이 둘의 결합이 기성 정치인들의 힘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통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을 바꿀 정치 생태계 꿈꿔 

DSA의 도전은 AOC에 그치지 않는다. 2018년 그와 함께 하원의원에 당선된 매사추세츠주 첫 흑인 여성 의원 아이아나 프레슬리, 소말리아 난민 출신 무슬림 일한 오마,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러시다 털리브 모두 재입성에 성공했다. 뉴욕 16선거구의 자말 보먼은 무려 16선의 하원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엥겔을 당내 경선에서 이기며 의회에 입성했다. 주 의회 선거에서는 30명 이상의 DSA 회원들이 당선되었다. 이들의 도전이 2016년 샌더스 민주당 경선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볼 때, 실로 빠르고 놀라운 성과다. 

이들은 한두명의 스타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는다. 민주당을 넘어 미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치생태계를 만드는 데, 또 이를 해낼 리더와 지지 그룹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조직의 존재 이유를 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이 조직과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인종문제, 빈곤문제, 기후위기, 소수자 인권 등 미국사회 변화를 이끌 핵심 이슈를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성공은 민주당 진보파·보수파 모두에게 절실한 과제다. 바이든의 실패는 곧 또 다른 트럼프를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가 얻은 7400만여표는 다음 대선에도 실체적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성공 여부는 DSA 그룹에도 큰 정치적 도전이다. 목소리만 큰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되고 말 것인가, 정부 여당의 한 축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응원하든 비판하든, 이들을 주목하는 모든 이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위 과제와 별개로 DSA 그룹이 한국 정치 키즈들에게 던지는 함의는 간단하다.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조직해야 한다. 1인 1표, 민주주의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 1표를 모아 큰 변화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엔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미국을 꿈꾸는 미국의 밀레니얼은 DSA를 통해 그 실험을 하고 있고, 하나씩 견고한 둑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의 밀레니얼은 어떤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힘을 모으고 있는가. 있다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보자. 없다면 머리를 맞대보자. 단일한 조직일 필요는 없다. 서로가 만나 거대한 흐름을 만들면 된다. 어쩌면 그 힘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따로 또 함께, 용기와 연대를 가지고. 

2021.1.11ㅣ주간경향 1410호 ㅣ 원문보기: https://weekly.khan.kr/yktZ

글: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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